강원도 철원 9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고석정에 다녀왔다. 평소 보던 계곡과는 차원이 다른 절벽의 웅장함 덕분에 마치 한국이 아닌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왔다. 마야와 함께 해서 더욱 특별했다.
고석정은 신라 진평왕 때 세워진 정자와 그 주변의 계곡을 통칭하는 이름이다. 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의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현무암과 화강암 절벽이 어우러진 곳이란다. 특히 강 한복판에 우뚝 솟은 20m 높이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는 고석정의 상징이다.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 이곳의 천연 동굴에 숨어 지내며 활동했다는 흥미로운 전설도 내려온다. 고석정의 진면목을 보려면 강 아래로 내려가 유람선을 타보는 것이 필수다. 마야와 같이 탈 수 있었는데, 다행히 캐리어에 넣으면 함께 승선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. 그런데 이 유람선, 생각보다 스릴이 넘친다! 배를 몰아주시는 분이 운전대를 좌우로 흔들며 파동을 만들어 주는데, 다들 살짝 무서워 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즐겼다. 마야는 그 와중에 무서워해서 머리를 캐리어 밖으로 내지도 못했다.
몇 년 전 이곳이 물에 완전히 잠길 정도로 큰 홍수가 났었다는 것을 얼핏 들었는데, 유튜브 영상을 보니 놀라웠다. 우리가 배 위에서 봤던 높은 절벽 끝까지 물이 찼었다고 상상하니 더 놀라웠다. 유람선을 타고 나아가며 마주한 좌우의 높은 절벽은 일반적인 계곡과는 확연히 달랐다.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이 주는 이질적인 느낌이 무척 강했다. 문득 작년에 다녀왔던 중국 장가계가 떠올랐다. 한국의 산세와는 또 다른, 거칠고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외국의 비경을 보고 있는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였다.